VEE


ㅡ‘내가 죽인거나 다름없어.’
그의 부재를 인정하는 데는 꽤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아직도 인정하기 힘들다.
“난 함께 갈 수 없어.”
..함께 갈 수 없다니, 무슨 소리야?

ㅡ기억의 파편이, 돌아왔다.
꽁꽁 숨겨놓고 도망쳤던 보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은 어떻게든 튀어나와, 완전하게 맞춰진다.

모두 새빨간 눈으로 아무 말이 없었고, 흰 옷을 입은 그는 불길에 휩싸인다.

‘이 작은 항아리에, 네 재가 있는 거네.’
나는 그의 뼛조각 하나를 주머니에 숨겨 두었다.
아주 작은, 동그랗고 곱게 손질한 뼈.

“이미 내 육신은 죽었고… 수습되어 태워졌어.
너는 내 재를 뿌리지 못했지.”

그래. 난 항아리를 꼭 안은 채 넓은 동해 바다를 언제까지고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푸르고 어두운 바다는 너를 생각나게 한다.
아니, 애초에 너를 생각나게 하지 않는 것은 없었다.

‘이런 넓은 곳에, 너를 놓아 준다니.
혼자서 무섭지 않겠어? 나도 같이 가면.. 안돼?’

그날 나는 네가 너무나 그리워서, 베개를 꼭 끌어안고 혼자 차가운 이불 속에서 숨죽여 울었다.
하염없이 울다가, 그러다가 너와 함께한 추억이 떠올라 살짝 미소짓다가, 다시는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깊이 침식되어 또 울음을 터트렸다.
잠들어 꿈을 꾸면 네가 나올 거라는 생각에 꾸벅꾸벅 졸다가도 잠에 들지도 못했다. 그렇게 밤새 울음으로 지내다가, 퉁퉁 부은 눈으로 어렴풋이 날이 밝았다.